B와의 만남

일상 | 2009/03/11 00:33 | 신비

지난주 MSN에서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게 된 B.

마음에 드는 책을 샀는데 낯익은 이름을 보고 놀랐다며..

오래 전 번역했던 책, 그래도 사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

 

그렇게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며칠이 지나 오늘 나루로 B가 찾아왔다.

지금의 국제환경기구로 옮기기 전 좋은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B는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조직에 대한 불만은 일단 불만으로 접어두고,

할 수 있는 만큼, 지금 하는 일로 배우고 자라는데에 욕심과 열정을 보이고 있었다.

우아하고 예쁜 20대 커리어우먼으로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 생각은 몹시도 진보적이고 통통 튈 정도로 살아있어서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 중 인상깊었던 꼭지 몇개를 정리.

 

░ 일부 구호단체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들을 골라 기부를 하게 하고, 그 아이들 사진을 갖고 다닐 수 있게 하고, 아이들로부터 편지를 받게 하는 캠페인은 기부를 활성화하는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있기도 하지만, B가 보기에는 마치 상품을 진열하듯 아이들을 늘어놓고 고르게 하는 것은 존엄성을 침해하는 짓이고, 더욱이 아이들로 하여금 편지를 쓰게 하는 행위는 애완견을 기르듯 애정을 주고 보상을 받게 하는 치졸한 짓이다. 더 나가면 기부를 조건으로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인권침해의 소지도 있을 것이다. 구호단체가 응당 해야 할 기부자 관리와 수혜자 관리를 두 당사자에게 떠넘기는 일이기도 하다. 1대 1 결연을 굳이 하는 것 보다 기부자들에게 기부금의 사용과정과 결산을 꼼꼼이 보고해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 국제환경기구에서 나오는 Press Release에 한국의 4대강 정비사업이 아무런 코멘트 없이 실리고 많은 곳에 인용되고 있다. 치수와 환경개선의 의의만 언급될 뿐 문제점은 드러나지 않는다. 또 정부에서 한창 열을 올리는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 국제사회에서는 사회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통합과 복지 차원의 고민이 심각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런 통합적 사고와 고민이 없는 현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가져가서야 되겠나.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환경관련 정책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코멘트할 시민사회 코디네이터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공적 지위를 갖고있는 국제기구들에 있어서는 더 활발하고 꾸준한 개입이 필요. 지금 한국은 UN의 반 총장보다 이런 활동가들이 더욱 절실하다.

 

░ 어떤 컨텐츠를 가지고 어떤 사람들에게 소구할 것인가. 높은 수준의 이해와 참여의식이 필요한 시민단체들의 컨텐츠로는 매우 일부의 시민들과만 소통가능. 단계별 컨텐츠, 단계별 소구방법을 만들고 이행할 주체들이 필요하다. 자신의 경제적(물질적) 기반과 어긋난 투표성향을 보이는 사람들. 자신이 표를 던지는 측의 이너써클에 포함되고 싶어하는 마음, 표를 던지는 것으로 포함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 이런 것들의 허구성을 어떻게하면 깨닫게 할 수 있을까.

기분 좋은 만남

일상 | 2009/03/08 11:37 | 신비
어제는 지난 두달간 인턴으로 와준 승일, 류원 두 친구의 수료식이 있는 날이라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경희대에 갔었다.
벌써 3년째 받고 있는 인턴이지만 수료식엔 가본 적이 없고 해서..
그런데 주최측에서도 워낙 단체 스텝들이 참석한 적이 없었다며
너무 반가워하며 소개까지 해 주어서 살짝 당황.
같이 간 민규까지 덩달아 소개받는 해프닝도 있었고. ㅎ
대학원 공부가 바빠서 류원은 참석하지 못하고 승일만 만나
오후부터 막걸리에 파전 먹으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토론회까지 마치고 나온 오짱과 현진씨까지 다섯이서 저녁까지 어울렸다.
별로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이야기가 계속 진지해서
교육제도라든지 여성운동이라든지 생활운동이라든지 점점 대화가 산을 오르내렸다.
결국 졸음에 괴로워하는 현진씨를 위해
콜드게임 직전까지 간 WBC 한일전을 뒤로하고 자리를 끝냈는데
집에 오니까 10시.
스코어가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세시부터니까 거의 여섯시간.. ㄷㄷㄷ
그래도 모두들 즐거워보여서 참 좋았다. 훕.

봄기운과 함께.. 두통.

일상 | 2009/02/23 21:05 | 신비

엄청나게 밀려있을 일들을 억지로 외면하고 뒹굴거렸던 주말..

아니나다를까 아침 출근길부터해서 하루종일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출근하자마자 지현대표의 전화를 받고 불교무설연구소 분들과 점심약속이 생겼고,

급한 일들을 대략 처리하고 비츠로, 난나야와 함께 택시로 조계사까지 날아가

연구소분들을 만나서 점심먹으며 이야기 좀 나누다 돌아오니 2시.

나간 김에 대출통장을 만들어오라는 회계언니의 엄명에 따라 은행에 갔다가

기다리고 통장 만들고 하는데 한시간이 갔다.

사무실 들어서자 곧 재정현황 확인하고 사무처회의.. 5시 넘어 끝났지...

기다리고 있던 동네오빠와 주간브리핑 녹음.

또 그 사이에 우르르 옥상에 올라가 달달 떨면서 MB블랙25에 필요한

유치찬란한 동영상 퍼포먼스 찍기.

이 모든 오프라인 부분(!)의 일정들이 지나자

손도 대지못한 온라인 작업들과 두통만이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하.. 그래도 집에 오니 따뜻한 밥과 자반고등어, 김치찌개가 기다리고 있어 금새 행복해짐^^

청량사행

일상 | 2009/02/18 08:37 | 신비

두어달만에 또 청량사 행이다.

총회를 앞두고 오짱과 함께 지현 대표를 뵙기 위해서..

인감증명 받으러 급하게 가던 지난번 보다는 홀가분하지만

어제도 저녁모임(대안생리대워크샵) 다녀와서 오늘 못할 일들을 하고 새벽에 잠들어

피로하고 멍하긴 하다.

하지만 청량사의 청량함이 도시에서 쌓이 이 피로를 깨끗이 씻어줄테니..

 

아침 시외버스 안에서..

태그 : 청량사

옛날부터 [메트로놈]이란 이름이 참 웃기단 생각을 했었는데,

검색하다보니 [박자기]라는 투박한 이름도 있더라.

어느 것이든 뚝딱여주는 녀석으로 알아들을 수는 있을 정도의 이름.

 

하농 첫페이지에서 너무 버벅대는 나를 보며

더 이상 야매박자는 곤란하다는 생각에

급히 수배한 녀석.

 

삼익 자동 박자기

삼익 자동 박자기. 오렌지색이 생각보다 이쁘다. 그런데 소리는...음..;;

 

처음엔 좌우로 뚜닥대는 고풍스런 수동 박자기를 갖고 싶었지만

여러모로 평들이 별로여서 자동을 선택.

하지만 정작 이쁘장한 이 녀석이 삑삑- 전자음을 내는 걸 듣고 있자니

내 선택이 옳았던 걸까 한참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녀석과 함께 하는 연습은 사상 최악이다.

갑자기 박자에 신경을 쓰자니 음표는 마구 사방팔발 날아다니고

끝없는 되돌이표의 수렁 속에서 진도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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