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 일인지 꼭두새벽에 번쩍, 눈이 떠지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하루. 마라도냐 한라산이냐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다 날이 밝는 걸 보고 결정할 셈으로 잠이 들었었는데.. 사실 지난 밤 함덕에서 아름답게 타오르는 일몰을 본 터라 이젠 더 바랄 것도 없이 편안한 마음이었다. 우도의 칼바람을 버티며 쏘다녔던 걸 생각하면 해가 중천에 떠도 모자랄 참이었는데, 눈을 뜨자 시계는 새벽 다섯시를 갓 넘기고 있었고, 발코니 밖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유리창같이 푸르스름한 하늘이 이제 막 일출로 붉게 물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제주도. 일출직후. 5:30경.

제주도. 일출직후. 5:30경.

제주도. 일출직후. 5:30경.

저 멀리 공항 관제탑이 보인다.

바닷물에서 막 튀어나와 펄떡이는 저 동그란 해. 홀로 빨갛던 것이 급기야 사방을 붉게 물들이고 자기는 노랑을 거쳐 눈부신 광채로 변해가는 모양을 무려 30분이 지나도록 발코니에 매달려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빛, 그 하늘, 그 공기속의 에너지에 도취된 내 마음은 마라도를 떠나 이미 한라산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제주도가 내게 이 아침의 일출을 보여준 것은 자신의 가장 꼭대기, 가장 깊은 소중한 공간으로 다가서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지난 일주일 내내 먼 발치서든 가까이서든 한번도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 없어 진정 나를 거부하는 느낌을 주었던 한라산이 아닌가. 이날 수려한 일출의 빛에 물든 한라산은 전에 없이 또렷하고 해맑은 모습으로 서서 내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고 있었다. 티셔츠, 카고바지, 캔버스화, 사파리모자. 길가 편의점에서 산 긴 양말 한 켤레와 김밥 한 줄. 그리고 나. 그렇게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 시각, 오전 6시 30분경.

땅끝, 그리고 섬의 끝 마라도는 그 언젠가 다시 올 날을 위해 남겨두고... (2006. 5. 29)
태그 : 일출
  1. 그리운 2006/07/22 21:01 답글수정삭제

    언젠가 마라도도 꼭 한번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하룻밤 쯤 묵으면 좋으실 거 같구요.

    김영갑 선생의 많은 사진이 마라도에서 찍은 거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보지 못한 제 살고 있는 곳의 모습 ... 멋진 사진 잘 봤습니다. ^^;

    • amy 2006/07/27 16:55 수정삭제

      네. 꼭 그러려고요.
      마라도에서 묵는 것까진 생각 못해봤는데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냥 배에서 내려 한시간 쭉 돌고 오는 것보다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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